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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거리 사이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두 개의 바람. 호박 머리의 유령과 호박으로 온통 장식된 에어바이크를 탄 남자의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은 사람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뒤쫓던 호박 바이크가 맹렬하게 부딪히려하자 호박 머리의 유령은 정말 유령인 것만 같은 빠른 속도로 방향을 틀었으나 뒤집어쓰던 하얀 천이 펄럭이며 조그만 에어바이크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주황색과 보라색의 사탕들이 후두둑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와아! 엄마! 저기 저 유령이 사탕 다 떨어뜨려! 뜨릭 오어 뜨릿! 맞지?"

"원래는 할로윈에 유령이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고 위협하면 아이 무서워 하면서 사탕이나 과자를 주는 거야. 저 유령은 반대로 자기가 사탕을 주네?"

유령이 흩뿌린 사탕을 주워든 사람들은 껍질을 까서 입에 쏙 넣어보았다. 달콤하고 진한 호박의 맛... 이에 쩍쩍 달라붙는 끈적거림... 그렇다. 호박머리 유령은, 아니 호박을 뒤집어 쓴 오소마츠가 행복하게 할로윈을 보내는 파티피플들에게 날리는 호박엿이었다. 따하하핫! 하고 웃는 소리와 함께 몸과 바이크를 감싼 흰 천을 벗어던지고서 오소마츠는 속도를 내서 쌩하니 도망갔다. 엿은 바이크에서 줄줄이 아래로 아래로 날려졌다. 흰 천은 그를 뒤쫓던 호박장식 바이크를 탄 사내, 카라마츠의 얼굴을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뒤덮으며 카라마츠의 몸뚱아리를 축제의 한바탕 속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만들었다. 

"오~소~마~츠~으~ 진짜 가만 안 둔다!"

정작 들을 사람은 쌩 가버리고 두 사람의 즉흥쇼인가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째 카라마츠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시간은 1년 전으로 돌아가, 오버기어국의 할로윈 퍼레이드를 틈타 이야미의 사기극을 밝히고 오소마츠의 누명을 벗기는 일을 해낸 6쌍둥이들. 그러나 수배자가 되고 난 후 오소마츠의 막나가는 행보 탓에 오소마츠는 누명 이외에도 몇 군데에서 지명수배되었다. 그걸 이용해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잡아 현상금을 받고 오소마츠는 탈출하는 것으로 우애와 가정의 생계를 동시에 지켜내는 그런 삶의 반복. 그러나 오소마츠에게 처음으로 'Dead or Alive', 즉 생사는 묻지 않는다는 조건의 수배가 내려진 후 그런 삶은 끝났다. 누구보다도 빨리 오소마츠를 잡아서 지금처럼 하면 되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을 카라마츠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를 향해 뻗쳐오는 잔혹한 손길이 자기한테도 몇 번 향해오자 아무리 바보같고 머리가 빈 그라도 위험한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도망비용을 뜯긴 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조금 이야기를 하자, 돌아가서 동생들하고 의논을 해보자는 것 뿐이었는데.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고선 도망가버렸다. 어느새 카라마츠가 챙겨둔 연료통을 들고 튀었다. 그 뒤로 일 년 동안, 두 사람의 술래잡기가 이어져왔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할로윈, 고향이 아닌 어딘가의 축제 속에서, 두 사람의 쇼타임이 싱겁게 끝나서 아쉽다는 듯 다시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카라마츠는 머리와 허리를 붙잡은 채 한숨을 길게 쉬었다. 어쩌자는 거냐, 오소마츠. 이대로 가다간 가족들 품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때마침 이치마츠가 달아준 무게 감지 자동 제공 모드로 전환된 에어바이크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메시지를 받은 카라마츠에 얼굴에 엷은 썩소가 띄워졌다.

 

이곳은 바닷가에 세워진 나라. 이름은... 뭐 그게 중요한가. 오소마츠는 바닷가에 바이크를 세우고 호박머리를 쓴 채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때때로 지나가는 꼬마들에게 달려가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나 사탕을 뜯어냈다가도 주머니에 넣어둔 호박엿을 답례로 건네주었다. 뭐, 다 엿먹으라지. 너희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가끔 이정도 분풀이는 해도 되지 않음? 기껏해야 엿 날리는 거 뿐이라고? 폭탄이나 세균을 날리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기껏해야...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으니 잡아와라. 그 수배령 이후 오소마츠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었다. 뭐, 자신이 일으킨 일이니까. 별 거 아닌 일이고, 언젠가는 갚으려 했고, 제대로 미안하다고까지 말했는데!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신을 뒤쫓아 온 카라마츠가 자신과 착각당해 같이 노려진다는 것. 그동안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오소마츠의 잽싼 움직임이나 장난질에 놀아나 떨어져나갔건만 죽여도 좋다는 조건이 붙으니 독한 녀석들이 붙어버렸다. 자기 목숨을 바칠 생각은 없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동생들 목숨이 노려지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동을 일으켜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을 알리고 줄곧 도망쳐왔는데... 카라마츠의 끈질긴 추격에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그를 떨쳐내보리라 결심한 오소마츠였다. 바다를 건너서 도망간다고 그를 추적하는 자들이 떨어져나갈지는 모르지만, 지켜야 할 동생들이 있는 카라마츠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복잡한 마음으로 다다른 벼랑 끝. 생사의 기로에서 잔혹하고도 상냥한 선택을 오소마츠는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도 호박탈은 답답한 채였고 그의 마음도 얹힌 채였다. 

 

해는 순식간에 져서 까맣게 된 풍경을 오소마츠는 터덜터덜 걸었다. 들은 대로라면 조각배와 등불을 바다에 띄우는 퍼포먼스가 있을 거라고 한다. 그 틈을 타 소란을 피우고 바다를 건널 결심을 하느라 오소마츠는 다시 바닷가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이런 형이라서 말야. 적어도 너희들이 다치는 일은 없도록 이 형아 노력할 테니까. 바다를 무사히 건널지 어떨지도 모르는 도박을 위해 머리에 쓰고 있던 호박탈을 벗어던지고 이미 띄워진 조각배들 사이로 바이크를 타고 들어가 그 중 하나에 몸을 숨겼다. 적당히 흘러갈 수 있을런지는 자신이 없어서 여차하면 등불이 띄워질 때 불이라도 지르고 그 사이에 어떻게든 이 근처를 벗어나 바다 건너로 움직여 볼 생각이었지만, 말만 그럴듯한 대책없는 계책일 뿐. 배에 누워서 축제의 등불로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에 마음을 뒤흔들릴 뿐이었다. 조각배와 등불 띄우기 퍼포먼스가 시작된다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에워싸오는 등불빛이 그를 더 심란하게 만드는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해피 할로윈이다제! 이런 날은, 으응~ 밀리언 할로윈! 하항!"

요란한 멘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첨탑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호박 가면의 남자가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흰 쫄쫄이가 딱 달라붙어 몸매와 튀어나올 데가 다 드러나는 몸뚱아리와 안쓰러울 만큼 반짝거리는 펄블랙 망토를 걸친 채 나타난 카라마...

"할로윈 가면 등장! 오늘이란 날을 즐겨보지 않겠는가? 세라비!" 

잔뜩 안쓰러운 멘트를 날리더니 카라...아니 할로윈 가면은 첨탑에서 뛰어내렸다. 타이밍에 맞춘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호박 장식이 꾸며진 바이크에 안착했다. 바이크에 확성기를 달고 그는 공중을 뱅그르르 한 바퀴 돌고선 짐칸에서 사탕과 종이같은 것을 꺼내 흩뿌렸다. 기묘하고도 크리스마스의 산타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매혹적인, 안쓰럽고도 기괴한 가면의 사나이. 사탕과 함께 흩뿌려지는 어느 틈에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서머 가면과 할로원 가면의 브로마이드. 마녀 분장을 한 꼬마에게 200 써머...가 아니라 할로윈! 늑대처럼 울부짖는 꼬마에게 50 할로윈! 을 외치는 쓸데없이 변태같은 히어로였다. 

"허가받지 않은 공중 퍼포먼스는 금지입니다! 당장 여기로 내려오세요!" 

어느새 경비병들이 할로윈 가면을 잡을 테세를 하고 몇 명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래를 열심히 둘러보다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것 같을 뿐일까. 순식간에 그는 위로 솟구치더니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어이! 지명수배자 오소마츠! 들리나! 신나고 즐거운 할로윈을 망쳐놓은 죄를 물어, 이 할로윈 가면이 처단해주겠다!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주먹 한두 대로는 끝나지 않을 거 알아둬라!"

서머 가면...아니 할로윈 가면 컨셉은 어디다가 내팽개친 거냐고. 카라마츠의 선언에 당황했지만 오소마츠는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포기할 뻔한 나약한 스스로에게 맞서기로 했다.

"어이! 호박 뒤집어 쓴 변태 자식! 너야말로 어디 수배되서 벌금 물어야 할 수준 아냐? 여기 있다고! 너 따위한테 잡힐까 보냐아아아!"

있는 힘껏 외친 그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카라마츠가 멈칫하다 하하하핫!하고 통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여유넘치는 그의 모습이었건만 오소마츠는 어쩐지 그가 주먹만은 긴장한 듯 꽉 쥐는 것처럼 보였다. 경비병들이 어느새 그의 주위를 포위하자 카라마츠는 더 높이 솟아올랐다가 무언가를 뿌리며 아래로 쏜살같이 떨어졌다. 폭죽들이 터지며 추락하는 그의 궤적을 빛냈다. 경비병들이 대피하는 동안 카라마츠는 바다 한가운데로, 오소마츠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오소마츠가 탄 조각배가 흔들거렸다. 카라마츠는 조각배 위로 옮겨탔다.

"어금니 꽉 물어라, 오소마츠."

몸을 비틀어 힘껏 날린 오른주먹에 오소마츠는 조각배 끝으로 날려졌다.

"아프잖아, 새꺄!"

"가만 안 두겠다고 했잖아. 하여간..."

"그보다 그 호박 가면 벗지?"

"싫다. 아직 할로윈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땀인지 눈물일지 모르는 액체가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그으2 턱선에 살짝 흘러내렸다.

"오소마츠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은데, 어떤가? 화려하게 할로윈 비치를 물들여보자고! 하항!"

그런 건가. 넌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날 구하러 온 거구나. 날 붙잡으러 온 거야. 떠나지 말라고. 안쓰럽고도 상냥한 히어로 놀이였어.

"폭발 속에서 우리의 자취를 감춘다, 맞지?"

"감춘다 정도가 아니다. 죽는 거지."

"응?"

"데드 엔드다, 오소마츠!"

"아니, 카라마츠 너 미쳤냐?"

"훗, 광기의 할로윈이 되겠군."

할로윈이 아니라 제삿날이 되잖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짐칸에서 이것저것 던져댔다. 아까도 쓴 폭죽, 사탕, 빌어먹을 브로마이드, 다이너마이트... 다이너마이트?

"진짜 죽일, 아니 죽을 셈이야?"

카라마츠가 미쳤어. 1년 동안 날 쫓는다고 미쳐버렸나? 아니, 그래도 사실 1년 내내 나랑 매일 마주치며 쫓아온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온 결과가 이거라고? 아니, 아니지. 오소마츠의 당혹감에도 아랑곳않고 주변에는 폭발과 불꽃이 연신 터졌다.

"훗, 나의 애마와는 여기까진가. 굿바이, 마이 로시난테."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걱정마라. 이치마츠에게 확인해둔 바로, 오소마츠의 바이크는 심지어 물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니까."

"무슨 소리..."

"바이크를 잡고 바다로 뛰어드는거다제! 후와아아아..."

가면을 벗어던진 카라마츠의 얼굴은 눈물과 땀 범벅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잡는 허세. 다행이네, 라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너는 어쩌고? 네 거 안 타는 거지?"

"뒤에 태워주면 되잖아. 기껏 구해주러 왔더니 버리고 갈 셈이었어?"

"에에..."

"둘 다 죽은 것으로 위장해서 여길 빠져나가는 거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어서 바다로 뛰어들자고, 브라더!"

오소마츠의 등을 꼭 끌어안은 카라마츠의 온 몸이 떨려서, 아 이 녀석 허세나 부리고 말이야, 하는 생각으로 오소마츠는 용기를 냈다.

"이판사판이다!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오우..."

바다로 뛰어드는 두 사람을 태운 바이크 뒤로 히어로물에서 터질 법한 폭발이 멋있게 터졌다. 꼴사나운 서로의 히어로는 결사의 작전에 목숨을 맡긴 채 바닷 속으로 잠겼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카라마츠와 오소마츠는 바이크를, 서로를 놓치고 가라앉았다. 이대로 바다 위로 떠올랐다간 불길과 폭발에 휘말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끝인가,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카라마츠의 눈에 희끄무레한 것들이 헤엄치는 광경이 들어왔다. 이내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바다에 인접한 나라에서 열리는 화려한 축제.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바다에 조각배와 등불을 띄워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의식이자 축제의 피날레. 올해는 그것이 한층 화려하게 치뤄졌다. 아니, 기적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등불과 배와 폭죽이 터져나가 붉은 불길이 바다와 하늘마저 붉게 물들이는 위로 자그마한 하얀 빛들이 솟아올랐다. 불길은 사그라들고 거리의 등불들도 모조리 꺼지더니, 하얀 빛들이 빛이 사라진 거리의 새까만 밤을 채워 별처럼 빛났다. 아마도 정말, 죽은 넋들이 방문했던 것 아닐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떠나가거린 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만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라는 듯이. 하안 빛들은 사람들 사이를 스쳐지나더니 바다 속으로 사라졌고, 바다 위의 불길을 제외한 나머지 빛들은 거짓말처럼 다시 켜졌다.

 

다음날 아침,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해변가에 바이크 하나와 얼굴이 꼭 닮은 두 사람이 널부러져 있었다. 먼저 눈을 뜬 오소마츠는 떠오르는 해가 눈부셔 찡그린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깨웠다. 꿈이야 생시야. 볼을 잡고 쭉 늘이자 아야얏! 하며 카라마츠가 정신을 차렸다.

"아파?"

"아픈게 당연하지! 꿈인지 아닌지는 네 볼로 확인하라고, 오소마츠!"

"헤헷. 쵸로마츠같은 말 한다, 카라마츠."

"어쨌건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죽는 줄 알았어."

"아니아니, 무모한 건 너였잖아? 진짜 죽을 뻔 했다고?"

"아마 어제 소동으로 널 쫓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네가 죽어서 불탔을 거라 생각하겠지. 내가 일으킨 작은 소동도 죽어버렸으니 책임을 안 물을 거라고. 퍼펙트한 플랜이었다! 석세스!"

"너 무섭다고. 그리고 나는 살아있는 거 들키면 다시 쫓겨다녀야 한다고?"

"흐흥~ 그건 걱정마라, 오소마츠. 어제 쥬시마츠의 연락으로 그 건은 해결됐다고 했으니까."

"에엥? 어떻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가서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는군. 네가 안 갚고 튄 금액을 갚으면서 말이야."

"그거 꽤 컸다고? 뭐 이 카리스마 레전드에게 걸리면 한방이지만."

"조금이라면서! 오소마츠의 거짓말 탓에 알아보러 갔던 나도 봉변당했다! 덕분에 겸사겸사라곤 해도 뼈빠지게 현상금 사냥꾼 노릇 하느라 힘들었어. 지친다고."

"그 돈 네가 갚은 거?"

"다들 드라마틱한 수입은 없으니까. 부탁한다고, 장남. 이야미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으니 이제 고향에서 빈둥거리기나 하라고."

"장남 기대치 낮아!"

"그동안 힘들었던 거 이해하니까. 뭐 다들 힘들었지만, 걸리는 구석이 없어야 마미와 대디를 찾으러 다닐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 좀 쉬라고."

"상냥하네에, 카라마츠."

"쥬시마츠가 그랬거든. 다들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다고. 모두의 형 노릇을 좀 하는 거 뿐이다."

"자, 그럼 돌아갈... 어라... 바이크 고장났다."

"기차표 사서 타고 가지 뭐. 그게 집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일 테니. 그 전에 잠시만. 젖은 옷은 말려야겠지."

오소마츠가 먼저 옷을 벗자 카라마츠가 품에서 라드를 꺼냈다. 알몸에 질척하게 발리는 돼지 기름! 당황하는 오소마츠를 어느새 줄로 꽁꽁 묶은 채, 카라마츠는 상쾌하단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야, 카라마츠!"

"훗, 결국 붙잡았다제. 생사불문 말고도 한 건, 해결 안 된 게 있으니. 나의 로시난테를 잃은 값은 받아야겠다고, 오소마츠?"

수배자와 현상금 사냥꾼의 사기 콤비.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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